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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 처음으로 마음먹고서 당차게 바깥나들이 결심했던 날

 

어제는 그랬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곁을 찾은 뒤로 맨 처음 마음먹고서 바깥나들이 해보기로 작정했었습니다.

지금은 '집콕'이란 생소한 말이 일반화됐지만, 평소에도 늘 집에 머문 편이기에 제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인데도 집 주변으로 1, 2km 정도는 필요(이발이나 경조사 혹은 생활용품을 구하려고)에 따라 조심스럽게 나다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랬기에 이번 결심은 그딴 거와는 무관하게 그냥 순수하게 한적한 데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막상 그런 결심 하고서 자전거 열쇠를 챙기는 순간 불현듯 하릴없이 무의미하게 바람 쐬는 거가 '코로나 상황에 지친 마음 달래고자' 했던 본래 취지와 완전히 일치하진 않은 듯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왕에 나들이할 바엔 이참에 부엌의 칼이라도 갈아오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집에서 쓰는 칼이 세 자룹니다. 작은 가방에 먼저 넣고서 큰가방(멜빵가방)에 담으려 해도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큰가방에 넣으려 해도 칼끝의 날카로운 부위가 그대로 드러나서 위험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어휴~ 안 되겠군! 칼집을 만들자!!!' 그리하여 이리저리 대갈통 굴리다가 며칠 전에 택배로 들어온 골판지를 떠올렸습니다.

때마침 그것이 든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았기에 살짝 뒤졌더니 보입니다. 가위를 들고 와서 이리저리 오렸더니 제법 그럴싸한 칼집이 만들어졌지요.

뾰족한 칼끝을 골판지에 대고 세 개 모두를 감싸 접은 뒤 그나마 그냥 빠지지 않게끔 절제의 빨래집게로 물고 나니 인제는 괜찮아 보입니다.

 

그냥 맨몸으로 걸어도 몸이 휘청거려 언제 넘어질지도 모르는 판국이라서 예전에 사 뒀지만, 너무 헐겁게 되어 최근에 다시 산 손목 보호대며 그래도 그나마 짱짱한 발목 보호대를 찼지요.

무릎 보호대도 있었는데 그건 너무 헐거워서 바지 위로 끼우는데도 그냥 흘러내립니다.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땐 안전모까지도 생각했었는데 막상 떠나려고 했을 땐 가장 먼저는 촬영용 휴대폰과 통화용 휴대폰을 먼저 챙기고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지갑도 챙겼는데 그러는 사이에 깜빡 잊은 모양이에요.

 

집에서 2, 3km쯤 떨어진 곳에 한가로운 도로 주변의 나대지 공원이 있고 그곳에 숫돌에 칼 갈아도 무방할 만큼의 수도꼭지가 있어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지금의 코로나 상황보다 훨씬 전에 거기서 칼을 갈았던 이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릴 찾아 나섰는데 제가 방향 감각을 잃었던지 아무리 둘러봐도 그곳이 안 보이네요. 하는 수 없이 그보다 전에 칼 갈려고 가끔 찾았던 그 자리보다도 조금 더 먼 하천(영산강 줄기)으로 가기로 맘을 바꿨어요.

 

처음부터 그 자릴 염두에 두고 나선 건 아녔기에 또 헤맸답니다. 예전엔 그 길가에 흐드러졌던 칡넝쿨의 순한 순이며 잎사귀 훑어다가 된장 풀고 가벼운 건강식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안 보이니까 무작정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봤자 집에서 5, 6km 안팎으로 여겼는데 막상 얼른 못 찾으니 맘이 괜히 조급해지고 불안감도 들었답니다.

 

이윽고 얼마쯤 나아가다 보니 하천으로 가는 지금 길이 보이는 듯하여 대번에 들어섰는데 질퍽질퍽 진흙탕으로 늪처럼 푹푹 빠지는 거기 지름길이 아니라 지옥 길이었습니다.

사오십 미터쯤 들어갔는데 고지가 거기서부터 절반 밖에 안 남았는데도 더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설혹 하천에 들어갔다 쳐도 나올 길이 고생길 뻔했으니까.

돌아서 나오는 길은 들어갈 때보다 더 질퍽하여 인제 자전거에 오를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겨우겨우 발 딛고서 끄집어냈거든요.

 

자전거 바퀴며 몸통이 온통 진흙투성입니다. 그랬어도 멀쩡한 길에 나왔으니 어떡해서든 타 보려고 올라탔는데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다가 결국은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어요.

그 순간에 왼쪽 무릎이며 팔꿈치가 퍽^^^!!! '으아 어허~'

 

몸을 이리 굽히고 저리 젖히고 부딪힐 때 그 소린 요란했지만, 실제로 깨진 것 같지는 않았답니다. 무릎을 꽉 부여잡고 일어서는데 그건 가능했었기에…

거기가 마침 교차로였기에 '제가 일어나지 못하면 오가는 차량 어떡하나?' 걱정되어 최대한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도 2, 3분은 걸렸을 겁니다.

마침 그 지역이 워낙 한가로운 지대라서 일어나서 팔꿈치를 살폈을 때까지도 오가는 차량이 없었답니다.

 

이번에도 예전처럼 넘어진 자리 팔꿈치 실밥이 터지고 헤졌습니다.

그렇더래도 거기를 찾은 애초의 물리적 목적이 있었기에 자전거 끌며 타며 더 나아갔는데 마침 자전거를 씻거나 칼 가는데도 무방할 딱 그만큼의 물줄기 졸졸 흐르는 수로가 있었습니다.

 

부서진 무릎! 내리누를 땐 그나마 견딜 만했는데 무릎을 들어 올리려면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 팍팍 터지는 거예요.

절룩거리면서 자전거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면서 몸통에 붙은 흙이며 타이어나 리무 살대의 바퀴에 붙은 진흙 덩이 털어 내고 씻겨 내려고 엄청난 수고 기본이었어요.

두 시간은 다 안 걸렸어도 최소한 시간 반은 들었을 겁니다.

 

그것 기념하려고 풀었던 멜빵가방이며 숫돌 칼 자전거에 올린 뒤 한 컷을 눌렀어요.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 01 ~

 

그러고는 인제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는 가져간 칼을 갈기 시작했었죠.

저기 숫돌 받침 본래는 금강석 숫돌 받침용으로 만들었는데 금강석이 아닌 다이아몬드 숫돌에서도 매우 유용했답니다.

왜냐하면, 저의 손놀림도 다리와 마찬가지로 매우 부자연스러워서 날카로운 연장 공구 만질 때는 특히 조심할 상황이라서요.

 

야외 공사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전직이 한때 '목수'였던 체면이 무색하게도 톱날에 긁혀 피 봤던 적이 한두 번이 아녔었고요, 우리 애들 썰매 만들어 주려다가 망치 대가리에 반대쪽 엄지 몇 차례 두들겨 맞고는 포기했던 사례가…

그만큼 몸이 평형감각을 잃었다는 것이 온몸에 영향을 끼쳤다는 겁니다.

 

드디어 칼이나 자전거 모두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시간이 벌써 여섯 시를 넘어갑니다. 아직은 볕이 있지만, 예전에 이런 길에서 길 잃고서 한밤중을 몇 시간을 헤매다가 집에 들어왔던 걸 생각하면 대충 몇 컷을 더 누르고는 서둘러 그곳을 나와야 했었답니다.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 02 ~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 03 ~

 

그랬기에 서둘러서 한참을 내달렸지요. 말이 내 달린 거지 마음만 그랬을 뿐 실제론 절룩거리는 다리에 제대로 힘을 줄 수가 없어 끌고 타고 / 끌고 타고…

그렇게 한참을 나갔는데 눈앞에 희한한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 자리서 직진하면 '담양' 우회전하면 '우치공원' / '뭐야^ 이런 거가 아닌데. 뭔가가 잘못됐네!'

전에도 몇 번 가 봤던 곳입니다. 집에선 10km쯤 떨어진 곳이고요.

 

그 갈림길에서 담양 쪽으로 가면 대나무 숲에 작은 오솔길 울창하게 있어 마음 치료에 매우 좋은 곳이었고요, 그 오른쪽 '우치공원'으로 가면 제 친구 아버님이 잠든 '영락공원'으로도 불리는 '광주 시립 묘원'이 있는 곳이라서 운동 삼아서 자주 들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거기까지 오가려면 그나마 몸 상태 좋았을 때도 네 시간은 족히 걸려서 코로나 급습하기 조금 전부터는 일절 그것도 끊었답니다.

 

밤이 오면 길 잃기가 쉬웠으니까. 이번에 사진 촬영용으로 가져갔는데 배터리가 텅 비어서 부팅마저 안 됐던 핸드폰이 그 당시 들고 다녔던 핸드폰이에요.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그 내용과 틀이 바뀌었지만, 당시엔 '다음 지도'가 있어 그걸로 '현 위치'를 찍으면서 잃었던 길을 다시 찾곤 했었는데 그것도 배터리가 빵빵했을 때 이야기였었죠.

 

잘못 들어섰다는 걸 알고서 거기서 나오는데 그 시각에 비해서 무척 날이 어두웠답니다.

어쩐지 그게 이상하다 싶더라니, 이윽고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낮은 기압에 짙은 구름이 끼어 그렇게 어두웠나 봐요.

그러든 저러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 보지만, 조금 빠르게 걷는 분 속도와 그 속도 비슷했을 겁니다.

 

실제로 얼마쯤 더 나왔을 때 사람이 조금 붐비는 곳(광주과학기술원 - www.gist.ac.kr/)을 지나고 있을 땐 한 젊은 친구가 그 자리 지나는 제 자전거를 앞질러 저만큼 달리는 걸 봤던 적도 있었답니다.

 

처음엔 그냥 참고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물 찜질이라도 해볼 참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며칠 전부터 아예 우리 집 보일러를 꺼버린 마당이라서 따스운 물이 안 나오니 그건 좀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보일러를 틀든 말든 제 방은 애초에 온수를 열어두지 않았었기에 방에선 아무런 변화도 못 느꼈지만, 화장실에서 세수하거나 샤워할 땐 으슬으슬 이건 완전히 별천지였어요. =

 

들어오는 길에 지갑을 꺼내 우리 아파트 약국에 들러서는 다리 들었을 때 조금 아팠다고만 하고, 깨지거나 상처 같은 건 없었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벗겨보니 그 자리 피부 활짝 벗겨져서 벌겋습니다.

질질 끌고서 화장실 다니는 거가 지금은 최대 난제 일 듯도 싶네요.

 

그런데도 틀림없이 얻은 게 있었을 성싶어요.

 

후후…

코로나에 지친 마음 / 그 마음에 잠시나마 편안함 건네려 했던 순진무구한 각오!!!

 

그건 최소한 젊었을 때 그랬던 거처럼 아직도 '도전정신'만큼은 죽지 않았다!!! % % %^^^보다는???

뭐 그런 걸 겁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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