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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 / 비목 / 우리 가곡 [비목]이 떠올랐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YouTube에서 이것저것 감상하던 중 느닷없이 우리 가요 [비목]에서 그 가사 중 한 토막이 떠올랐다.

 

그 가사를 계속해서 읊조리다 보니 아주 오랜 옛날의 그 날도 떠올랐고 그때 불렀던 노래가 '비목'이었음도 살아난다.

80년 그해 광주에서 5.18 민중항쟁이 있었던 그해 그랬었다.

 

다니던 학교에서 워낙 강경하게 나왔기에 그 항쟁대열에 끼는 건 고사하고 겁이 많았던 나는 구경하는 것마저도 몰래몰래 조금밖에 못 했다.

광주 시가지가 온통 함성으로 가득하고 군용트럭이며 시내버스엔 민주 용사들로 빽빽이 들어차서 뭔가를 두드리면서 일제히 고함치고 노랫소리 가득 찼었는데….

 

그건 각설하고-

 

사방이 조용해지고 엄숙한 숨소리와 흐느낌만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휴교가 끝나고 학업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에 우리 학교 드넓은 음악 강당에서 나는 홀로 의연하게 서서 독창해야 했었다.

 

이른바 음악 시험 그것도 실기시험이었다.

내가 선택한 노래 바로 그 노래 제목이 '비목'이다.

 

선생님의 피아노 전주가 끝날 즈음 드디어 내 목청에서 피 울음과도 같은 거대한 탁음(돼지 멱따는 소리 §♬№)이 그 커다란 강당을 움켜쥐었다.

그건 마치 낡아빠진 컨테이너가 화물차에서 떨어져 아스팔트 도로에서 끌려가는 소리라고나 했을까?

 

"그만! 그만해!^!'

그렇게 외치셨던 곱고 가녀렸던 소녀 선생님 / 우리의 음악 선생님!

 

그 애절한 / 그 강렬한 / 그 다급한 명령보다도 내 친구들 웃음소리가 훨씬 컸던 나의 독무대였다.

'장난치냐! 유행가처럼 부르면 어떡하냐!!!'

 

그날 내 우아한 독창은 일 절의 반의반도 못 부르고 끝났을 거다.

나는 그 학교에서 2회 졸업생이었는데 아직은 3학년이 없는 전교생 6백여 명 중 그날 내가 받은 시험 점수가 꼴등이라고 하셨다.

 

그 정도라면 거의 기록적인 점수라고도 하셨다.

 

아~ 이 얼마나 대단한 위업인가?

여태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금단의 영역'에 내가 당당히 입성했지 않은가?

 

학교 수업엔 딱히 매달지 않았을 때다.

 

어느 날은 헤겔·칸트와 같은 대단한 위인들의 전기를 읽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몇 달의 용돈을 모아 '한국 문학전집'을 사들이기도 했었다.

열권이 한 질이었었는데 그걸 다 보는데 밤낮으로 한 이틀 걸렸을까?

 

그걸 다 본 뒤로는 곧바로 치워버렸다.

헌책방에 넘겼을 리는 없고 아마도 엿 바꿔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학교 다닐 때 [열관리 자격증] 서적 말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단 한 번의 참고서도 사본 적이 없었다.

대신에 고등학교 때는 [리더스다이제스트]와 같이 작은 책자를 샀던 적이 있었다.

 

그 어린 시절에 철학자 [쇼펜하우어]에 너무도 빠진 탓이다.

그 있잖은가? '염세주의 세계적인 대표 철학자로서의 그분!'

 

온통 개똥철학으로 가득 찼던 내 삶에서 학업은 심각하게 그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대신에 기회가 닿으면 그때마다 글을 써서 끼적거리기는 했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짓거리라도 했으니까 그 무수한 날을 무난히 버텼던 것도 같다.

 

그 어떤 술이라도 저렴하다면 무조건 좋았었는데 담배는 나랑 인연이 별로 안 닿더라.

일주일에 두 상자밖에 안 온다는 내 처지에 적당한 그 담배(새마을)!

 

담배가 오는 날은 누구보다도 먼저 찾아갔지만, 먼저 주문한 사람이 있다며 보루 채 팔 수는 없다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놈 사 올 수밖에 없었지.

(새마을 - 환희 - 한산도 - 청솔 - 백 솔 - 거북이↗)

 

술·담배는 그래도 3학년이 됐을 때나 취미가 됐기에 그 귀한 돈 허투루 낭비함이 덜했어.

 

그 시절에 알았던 [숭일고] 다녔던 놈으로 정말 멋진 그리고 남자다웠던 그 친구도 그립고….

온갖 아양을 다 떨어서 내 영혼 강탈했던 [경신여고] 다닌다고 내게 전한 그 소녀도 그립다.

 

 

https://youtu.be/sfUc3VkGxFs?list=RDsfUc3VkGxFs

 

 

~ 사랑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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